일상

CHUZHAO TLR 토이디카, 구형 펌웨어 주의

swizard 2026. 7. 23. 09:54

TLR 토이디카를 샀다. (일안리플렉스 토이 디지털 카메라)

홀려서 샀다.

 

이야기는 사회초년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ROLLEI MiniDigi라는 카메라가 있었다.

 

 

롤라이플렉스 이안반사식 카메라를 손바닥만 하게 줄여 놓은 디지털카메라.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그 방식까지 그대로였다. 갖고 싶었다. 근데 못 샀다. 거지여서. (사회초년생의 지갑이란 그런 것이다. 한달 급여의 40%쯤이었다구..)

 

그 로망이 십 몇 년을 묵혀 있다가, 어느 날 알고리즘이 이 카메라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CHUZHAO 레트로 카메라. 롤라이플렉스 복각 디자인, 4~5만 원대. 귀여웠다. 그래서 샀다. 제대로 안 알아보고 샀다. 이 글은 그 결과 보고서다.

 

사이즈는 롤라이 미니디지보다는 크다

사이즈 비교

뭐 하는 물건인가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 1.54인치 스크린,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TLR 스타일
  • 사진/동영상 촬영, MicroSD(최대 64GB, 그경우 별도 구매, 기본 16G 주더라) 저장
  • 자동 초점·자동 색감·자동 광량. 설정할 게 거의 없다
  • C타입 충전, PC 연결하면 이동식 디스크로 인식
  • 앞면 렌즈 두 개 중 위쪽은 장식용 가짜. 아래 렌즈로만 찍힌다

조작도 단순하다.

셔터 짧게 누르면 사진, 길게 누르면 동영상.

전원 버튼 짧게 누르면 흑백/컬러 전환. 오른쪽 크랭크 레버를 드르륵 돌리면 동영상이 시작되는 기믹도 있다.

(필름 감는 흉내다. 귀엽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화질은, 의외로 불만이 없다

스펙상 1,200만 화소라는데 실제로는 400만 화소 수준을 업스케일한 거라는 해외 분석이 있더라. 그러니까 요즘 스마트폰 사진을 기대하면 안 되는 물건이다.

근데 나는 그걸 기대하고 산 게 아니다. 결과물은 1:1 정사각형에, 물 빠진 듯하면서 채도는 높은 옛날 폰카 색감. 딱 원하던 저화질 토이카메라 감성이 나온다. 낮에 야외에서 찍으면 꽤 그럴 듯하다. 상단 후드가 햇빛 가림막 역할을 해서 한낮에도 화면이 잘 보이는 것도 좋았다. 허리춤에서 내려다보며 찍으니까 길고양이 찍을 때 쭈그리고 앉지 않아도 된다.

물론 밤에는 노이즈가 자글자글 끓는다. 역광이면 화면이 하얗게 날아간다. 이건 흑백 모드로 돌리면 어느 정도 수습이 된다. 컬러 노이즈가 사라지면서 거친 흑백 필름 느낌으로 바뀐다. 단점이 감성으로 세탁되는 순간이다.

동영상 팁도 하나. 크랭크 레버를 돌려서 찍으면 레버 저항감 때문에 화면이 통째로 흔들리고, 소리도 녹음이 안 된다. 셔터 버튼을 길게 눌러서 찍으면 흔들림도 없고 소리도 들어간다. 크랭크는 감성용, 셔터는 실전용이다.

그래서 치명 단점이 뭐냐면

날짜가 안 바뀐다.

이 카메라는 시간 설정 메뉴가 기본 화면에 없다.

대신 유저들이 찾아낸 히든 메뉴가 있다. 앨범 버튼을 몇 초간 길게 누르면 날짜/시간 설정 창이 뜨고, 크랭크 레버를 돌려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내 것도 메뉴는 뜬다. 현재 설정된 시간도 보여주고, 펌웨어 버전도 보여준다. 1.0.B. 근데 거기까지다. 크랭크를 아무리 돌려도 숫자가 안 움직인다. 보여주기만 하고 못 바꾸는 설정 화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찾아보니 해외 포럼에도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초기 물량의 펌웨어에는 시간 설정 기능이 없고, 신형 펌웨어에만 있다고 한다. 신형 펌웨어 탑재 제품은 판매 페이지에 'timestamp' 어쩌고 하는 문구가 붙어 있으니 잘 보고 사라는 조언까지. 이미 산 사람한테는 소용없는 조언이다.

 

그리고 이 카메라, 유저가 직접 펌웨어를 업데이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내 사진들은 전부 엉뚱한 과거 날짜로 저장된다.

제조사에 펌웨어 업데이트 안 되냐고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레딧을 봤다. 답장을 받았다는 사람은 못 봤다. 아마 내 메일함도 조용할 것이다.

사진 정리를 날짜순으로 하는 사람에게 이건 꽤 큰 문제다. 옮길 때마다 수동으로 정리해야 한다. 제대로 안 알아보고 산 대가를 이렇게 치른다.

그래서 후회하냐면

후드 닫을 때는 옆면 가림막을 먼저 안으로 접고 뚜껑을 내려야 한다.

위에서 그냥 꾹 누르면 부러진다고 한다.

이런 걸 조심조심 챙기고 있는 걸 보면, 후회는 안 하는 것 같다.

 

십몇 년 전에 못 산 카메라의 대체재 치고는 꽤 괜찮은 물건이다.

날짜만 빼면. (그 날짜가 문제지만.)

메일 답장이 오면 후속 글을 쓰겠다. 아마 안 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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