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삼일절에 수원 당일치기를 다녀왔다.
집순이도 외출은 한다. 혼자 돌아다니면 집 밖이어도 집이랑 똑같이 편하다.
그날 당일치기에도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바깥 바람 쐬는 먼 산책이다.
혼자가기 좋은 박물관 미술관을 메인으로 하는 당일치기는 종종 하는 것 같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서울역, 서울역에서 다시 광역버스 타고 출발했다.
주중에는 노선별로 줄을 서서 순차 탑승하지 않으면 난리라는 버스는 주말에는 한가하다. 승객은 세명이다.
첫 목적지는 수원박물관.

수원역사박물관과 한국서예박물관으로 구성된 복합 박물관이다.
근데 솔직히 기대했던 구성이 아니었다. 박물관 규모까지 재확인을 하고 갔어야 했다. 잘못 알고 간 것 같기도 하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작고 초라했다.
오히려 같은 건물 안 한국서예박물관 쪽에 볼 게 더 있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수원화성박물관은 그나마 나았다.
화성행궁에서 도보 200m 거리에 있고 성인 관람료는 2,000원.
화성에 대한 내용이 메인이라 주제가 넓진 않았지만, 오히려 전문적인 게 좋았다.
근데 수원 박물관들은 굿즈를 좀 예쁘게 뽑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 박물관에도, 두번째 박물관에도 살 만한 게 없다. 요즘 박물관은 박물관 굿즈로 한탕을 하셔야 하는데! (라고 맨날 털리는 사람이 말한다.)


점심은 인근 수원만두.
처음에 들여다봤던 '연밀'은 줄이 너무 길어서 하루가 날아갈 것 같았고, 옆집인 수원만두가 그나마 잠깐만 기다리면 되는 정도였다.
한 십분쯤 기다리니 자리가 난 것 같다. 혼자라 좀 뻘쭘했는데 직원분이 6인용 2x3 사각 테이블 구석으로 안내해줬다. 잠시 후 모르는 2인 부부가 반대편에 앉았다. 같은 테이블 합석이라고 해도, 한 자리 건너 앉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리라 편했다.
욕심내서 게살스프랑 군만두 두가지를 시켰는데 하나도 안 남기고 배 빵빵하게 나왔다. 기본적으로 중국식 다운 피 두꺼운 만두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것도 그것대로 만두는 좋아하기도 하고, 후추 향 나는 뜨끈한 게살스프랑 같이 먹으니 딱딱한 튀긴만두피로 입천장 아프지 않고 좋았다.


그다음엔 행궁으로 넘어가서 한 바퀴 돌았다. 삼일절이라 행사도 하고 있었다.
애기들 체험행사에 신나 꺅꺅대는게 꽤나 귀엽다. 아줌마 혼자서도 잘다니지?
바로 옆 수원시립미술관으로 이동해봤다.



《공생》이라는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기억이 애매해서 검색해봤다.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동시대미술전이랜다. ) 윤향로(회화), 유지완(사운드), 민병훈(소설) 세 작가가 함께한 전시인데, 신발을 벗고 카펫 위로 입장하는 방식이었다. 천장에 굴 껍데기 형태 작품 '오이스터'가 매달려 있고,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게 들리게 세팅되어 있었다. 소설가의 단편을 캠핑체어 같은 것에 앉아서 읽었다. 여러가지 소리가 스치는 곳에 많은 관람객이 조용히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미술관을 나오니 어쩐지 카페인이 땡겼다. 휴일의 행궁동은 사람 지옥이라는 말대로, 가까운 곳은 어딜 들여다봐도 만석이었다.
혼자라서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수많은 큐레이션 인스타 계정들한테 추천받은 카페들, 지도 점수 좋은 카페들 서핑해봤지만 결국 기웃거리다 킵댓 로스터리에 자리를 잡았다. 행궁동 핫플로 꼽히는 로스터리 카페라는데, 수원시립미술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결국 혼자라 자리가 있었던 것이 맞나? 콘크리트와 우드 톤이 섞인 인테리어에 2층 구조인데, 1층 구석 자리 하나를 겨우 잡고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오래 앉아있기엔 미안한 날이라, 핸드폰 배터리가 어느 정도 차오른 다음 일어났다.
다시 갈 곳이 없어졌다.
하긴, 오후가 좀 넘었으니 슬슬 귀가를 생각할 때였다.
박물관 한 군데 더 가볼까 했다가 포기하고, 가족들하고 나눠먹을 주전부리를 찾으러 지도 앱을 미친 듯이 뒤졌다.
여행 기념품은 결국 실패했고, 먹거리 기념품이라도 사 가야겠다 싶었다.
하얀풍차베이커리라는 곳이 지점이 여기저기 있고 이름을 들어본 수원 로컬 베이커리 같으니 가보기로 했다. 근데 버스 배차 시간이나 루트가 초행자한테는 애매한 거리였다. 여차하면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해질 것 같기도 했다. 고민 끝에 버스를 타고 꽤 걸어서 곡반점 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화이트롤, 치즈바게트, 만득이버거, 스파이시 만득이 등 유명한 메뉴로만 몇 개 샀다. 좀 비쌌지만 요즘 빵값 대전아니면 다 미쳐 날뛰는거라고 자기 위로를 하고, 어차피 맛있어 보이는 빵에 거부도 할 수 없었으니.

다시 시내버스타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광역버스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문제는 오는 버스 안에서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거다. 탄 사람은 얼마 없고, 가게에서 포장도 잘해주셔서 냄새가 멀리 퍼지진 않았지만 들고있는 나한테는 풍기잖아? 유혹 미쳤네, 먹고싶어 혼났다.
참고참고 참아 귀가후 가족들 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혼자 당일치기치고는 꽤 알찬 하루였다.
담엔 어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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