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시간 날 때 마다 오리 목 비트는 게, 아니 구덩이에 던지는 게 일상이 되었다.
1부에서 말한 대로 내 둥지는 한동안 엉망이었다.
그냥 알 나오는 대로 부화시키고, 돌연변이 나오면 좋아하고, 자리 없으면 대충 처분하고. 이렇게 하니까 도감 채우는 데 세월이 다 갔다.
경험담이다.
욕심이 났다. 둥지를 늘리고, 램프도 하나 사고, 구덩이에 던지고, 기본 군집크기도 키우고.
음, 라떼 한번 참으면 옵션 두개 살수있어! (실제로 그떈 믹스커피로 참았다.)
하지만 쉽게 파츠가 모이지 않는다.
발견한 적 있는 파츠는 늘어나지만, 세 파츠를 같은 컨셉으로 맞춘 완전한 교배종이 나오지 않는다.
효율을 높이려면 개념 하나를 이해해야 한다. 유전자 고정이다.
말은 거창한데 원리는 단순하다.
돌연변이가 나온 오리는 남기고, 평범한 오리는 없앤다.
도감을 보면 어떤 부위가 아직 비었는지 나온다. 그 부위를 가진 오리만 골라서 남기는 거다. 이름이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부위.

여기서 초보가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나도 했다) 기본 군집을 꽉 채우는 것.
이게 왜 실수냐면, 자리가 꽉 차면 새 알을 부화시킬 공간이 없어진다.
새 오리가 안 태어나면 새 돌연변이도 안 나온다.
즉, 도감 진행도가 멈춘다. 내가 딱 이 상태였다. 오리는 가득한데 도감은 제자리.
그래서 둥지 자리를 항상 4~5칸 비워둔다.
부화 대기 중인 알이 있어야 새로운 유전자가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도감에 이미 있는 부위만 가진 오리는 미련 없이 구덩이로 보낸다.
무미건조하지만 이게 효율이다.
조금 더 진행되면 램프(Lamp)라는 게 중요해진다.
램프는 그냥 보관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유전자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에 가깝다.
원하는 부위를 가진 오리를 여기다 따로 보관해두는 거다.
램프에 보관된 오리는 짝을 찾지 않는다. 언젠가 교배할 후보 유전자 보관하는 장치
램프를 몇이상 확보하는 게 수집 효율을 크게 좌우한다. (나는 결국 최대 수량까지 다 샀다)

유전자 교배작업
원하는 컨셉파츠를 가진 오리가 짝을 지어 알을 낳으면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받아 한 오리가 같은 파츠를 두개 가질 수 있게 된다, 또 같은 파츠를 가진 다른 오리와 교배한다. 새 알에서 원하는 부위가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
둥지에 필요한 유전자만 남길수록 확률이 집중되는 구조다.
반대로 둥지에 쓸데없는 유전자가 섞여 있으면 확률이 분산된다. 그래서 필요 없는 오리는 계속 처분(완전히 필요없는 파츠만 가짐)하거나 램프(앞으로 필요할 파츠를 가짐)에 넣는 반복 작업이 필수다.
같은 컨셉의 파츠를 세개 이어받은 오리는 순종 오리
다른 컨셉의 파츠를 세개 이어받은 오리는 혼종 오리
이미 순종을 획득한 파츠들만 이어받은 오리는 중복오리라 부른다



결국 이 게임, 알 까기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률을 관리하는 운영 게임이다.
여전히 징그럽다.
근데 이쯤 되면 징그러운 것보다 도감 채우는 재미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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