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산 지 4년이 넘었다.
정확히는 2021년 10월, 카카오 톡딜로 샀다. 지엘플러스에서 OEM 생산한 웰싱 W200A 모델.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지엘에서 지금도 팔고 있는 걸 보면 기본 구조는 그대로인 것 같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아래는 내가 구매할 당시 조사한 내용 기준이라 지금은 개선된 부분이 많을 거다.)
건조분쇄형은 열로 건조하면서 분쇄하는 방식.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전기 사용량이 많고, 작동 중 냄새와 소음, 눌어붙음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싱크대 하부 설치형은 방식에 상관없이 처리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구조다. 설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게 장점이지만, 배관으로 흘려보내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다.
미생물(발효)형은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하는 방식. 전기 사용량이 적고 냄새가 거의 없다. 다만 처리 속도가 느리고, 한 번에 많은 양이나 수분이 과하면 배지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서 조금씩 자주 넣는 게 기본이다.
미생물 방식을 고른 이유가 있다.
건조분쇄형은 전기 사용량이랑 눌어붙음 문제가 마음에 걸렸고, 싱크대 하부형은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게 거부감이 들어서 처음부터 제외했다.
사실 이걸 산 건 전적으로 내 의지였다. 비위가 약해서 음식물쓰레기를 가까이 못한다. 모으고, 봉투 묶고, 버리러 나가는 과정이 전부 힘들다. 집에서 그게 내 역할도 아닌데 신경이 쓰일 정도였으니까. 가끔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근처 구역을 지나가다가도 헛구역지를 하기도 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돈을 썼다. (부모님께 얹혀있는 늙다리 캥거루에게 가족들이 기대하는 역할이로고)
지금은 부모님이 처리기를 "미생이"라고 부른다.
반쯤 내 애완동물 취급이다. ('내'인 이유는 문제 생겼을 때 책임자가 나라서)
우리 집 사용 방식은 단순하다.
조리 시에 발생하는 식재료 자투리도 일단 싱크대 배수망에 모은다.
저녁 설거지하면서 하수구 배수망에 모인 음식물 쓰레기와 식재료 자투리를 설거지 끝나고 한 번에 넣어준다.
과한 양념을 씻어내고 주는 방식이다. 크게 애지중지 하지 않지만, 기본만 지키는 방식이고, 4년 동안 한 번도 상한 적이 없었다.
상태는 대부분 극뽀송이거나 살짝 질척이는 정도.
봄~가을은 오히려 너무 잘 돼서 흙먼지가 날릴 때 물을 일부러 주기도 한다.
겨울엔 뒷베란다와 기계 안 온도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속뚜껑에 물이 맺히기는 한다. 그렇다고 발효물에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흙은 뽀송하고, 뚜껑 열면서 흘러내린 물이 도로 떨어져도 문제없다.
여름 수박 시즌도 이제 두렵지 않다. 속살은 잘 발라서 냉장 보관하고, 껍질은 잘게 잘라서 미생이한테 넣어주면 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믹서로 아예 갈아서 손으로 물기를 빼고 넣어준다.
잘라서 넣으면 한 1주일이면 조각이 안 보이는데, 갈아서 넣으면 2일만 지나도 수분도 날아가고 티가 나지 않는다.
수박 원래 쓰레기 무서워서 못 먹는 게 국룰인데, 이젠 그냥 먹는다.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너무 많이 덜어낸 나머지 남은 흙 배양이 느려 호환 미생물제재를 사다가 추가해 준 적도 한 번 있었다.
교반봉 고정 나사가 빠져서 교반봉이 없어지거나(바닥 깊은 곳에 굴러다니는 교반봉과 나사를 발효 흙을 다 걷어내고 찾아야 됨), 교반삽(정식으론 윙블레이드라고 하나 보더라.) 빠져서 다시 끼운 적이 몇 번이고 있다. 그때만 잠깐 잘 섞이지 않아서 그 부분의 배지가 떡지는 상황이 생기는 정도고, 그 외에는 아예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최근, 4년을 넘어 5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엄마가 미생물 배양토 찌꺼기가 솟아올라서 중간 뚜껑을 밀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아빠랑 기기를 들어 내 삽으로 안쪽을 파봤더니 역시나 또 나사가 빠져있었고, 교반봉이 빠진 상태였다. 교반 삽 한 개는 중간에서 부러져 있었다.

부지런히 OEM사인 지엘플러스에 전화해서 부품 구매를 신청했다.
부품 하나에 나사 예비분까지 4개 더 구매했더니 택비 포함 12,000원. 착하다 착해.
4년 넘게 쓰면서 드는 생각은, 미생물 방식이 나처럼 음식물쓰레기 자체에 예민한 사람한테 잘 맞는다는 거다.
냄새도 없고, 버리러 나갈 필요도 없고, 상태만 신경 써 주면 된다. 고장이 나도 부품 하나면 해결된다.
미생이는 오늘도 도착한 부품을 다시 설치받고 남은 잔반을 잘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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